조희연 성공회대 NGO대학원장이 박권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중앙일보에 "정치는 정치이고 운동은 운동이다"라는 시론을 게재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박원순 변호사가 그동안 희망제작소를 통해 지역사업과 그 모델을 개발해 적지않은 시장들에게 ‘시정 멘토’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지방자치 분야에서는 일정한 기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변화를 박수 치거나 단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권력 감시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는 도전적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 특히 권력 감시를 주된 목표로 하는 운동은 본래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그것의 절대화와 부패화를 불편부당하게 감시하는 운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어도 오히려 더욱 가혹하게 비판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지금부터 그를 감시할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동안 시민운동 자신이 행한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감시활동에 의해 정치권력이 일정하게 ‘합리화’되어 갔던 데 반해 시민운동은 그러한 변화에 대응해 한 단계 높아진 감시 역량을 확충해오지 못했다. ‘주창(애드버커시)형 운동’에서 역설적으로 ‘주장’만 있고 심층 취재형 감시는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감시 주체와 감시 대상 간의 갭은 커져 왔다. 

권력 감시운동은 ‘행정권력이나 정치권력이 잘 해주겠지’ 하고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업그레이드된 감시를 수행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박 변호사의 출마는 다시 한번 ‘운동의 길’과 ‘정치의 길’을 준엄하게 변별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운동은 역사 자체가 권력 감시, 권력 비판에서 출발했고 권력 견제가 없는 운동은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한다. 운동가도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향한 권력 비판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필자도 박 변호사와 참여연대 창립을 함께한 사람이지만 그의 서울시장 출마는 바로 이러한 운동의 원칙을 더욱 명백히 하는 성찰적 계기로 바라보아져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권력 감시운동의 시대를 연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때다. ”

조 원장의 시론을 소개하는 이유는 작금에 성남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권력 감시 상황이 정확히 들어 맞기 때문이다. 민선 5기가 출범한 이후 이재명 시장의 권력을 감시하고 쓴 소리를 마다해야 할 시민단체는 종적을 감춘지 오래다. 더 나아가 시민단체가 권력을 잡은게 더 큰 문제이다. 이재명 시장이 시민단체 출신이라 할지라도 운동과 권력의 연관 고리는 합칠수가 없음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인사들은 지역사회에 암적인 존재들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모든 단체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시 산하기관에 자리하고 있다. 시 산하기관의 인사 교체에 이 시장의 사람들이 정도껏 자리를 차지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하산을 무차별 공격하던 이 시장이 능력과 별개로 낙하산을 마구 떨어뜨린 행위는 본인 스스로 이중적임을 자인한 것이므로 평가는 시민들이 해 줄 것으로 보기에 언급을 하지 않겠다. 

문제는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 구성원들을 낙하산으로 보낸것에 있다. 그들이 커밍아웃하고 들어간 자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하며 야권단일화에 대한 보상이 권력을 제어해야하는 시민단체에 돌아간 해괴망측한 사안에 대해 이 시장은 시민앞에 사과하고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민선 5기가 출범한 후 일방적 시장권력이 지역을 혼돈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다른 축인 시 의회와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며 각종 시책에 있어 시장이 의지하는 시민단체와 야권단일 세력은 성남시 발전에 아무런 청사진도 내놓치를 못하고 있다. 수박 겉핧기식의 성과물을 공표하기에 바쁜 집행부, 시민을 현혹 시키고도 남는 무분별한 언론플레이, 선거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수많은 위원회 구성과 선심성 정책 등 권력을 통제 할 장치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다. 

NGO의 필요성과 불필요성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권력에 동참하기 위한 NGO는 더 이상 이 땅에 필요치가 않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를 퇴보시키는 권력형 단체장과 권력형 시민단체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