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시민운동 원로 중에 이해학 목사가 있다. 웃긴다. 아주 웃긴다. 그의 '곽노현 구하기' 말이다. 라디오방송을 통해 그는 '상대 쪽(박명기 교수)에서 돈을 요구했고 곽노현 쪽에서 거절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언뜻 이런 발언은 사실확인적인 발언처럼 보인다. 그러나 설령 그것이 의도상 사실확인적인 발언이라 해도 실제상 사실확인적인지 행위수행적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그가 어쩌지 못하는 타자인 시민들에게 들으라고 한 발언, 즉 그 자체로 이미 행위수행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 행위수행적인 발언은 시민들이 이해학 목사 그 자신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을 시민들이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전적으로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발언은 그의 '곽노현 구하기'로 봐도 좋다. 더구나 이해학 목사는 곽노현 야권단일화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 아닌가.

시민들은 이해학 목사와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담은 행위수행적인 기자회견, 성명들이 곽노현, 야당, 진보진영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는 흐름을 알고 있다. 이해학 목사를 비롯, 이 모든 행위들에서 시민들은 몇 가지 두드러진 공통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야권단일화에서 누군가로 단일화될 시 보상으로서 돈이 말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야권단일화 자체의 정치적 정당성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상으로서의 돈이 말해지는 야권단일화라면 그 정치적 정당성은 이미 심히 훼손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고려사항은 보상으로서의 돈이 오갔는지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위치하는 '선차성'을 갖는다. 이 정치적 정당성이야말로 야권단일화를 하는 유일한 근거이고 역시 이 근거를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표를 구한 유일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 정치적 정당성이 심히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야권단일화 자체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헛갈린다. 정치적 야권단일화인지 경제적 야권단일화인지. 이 보상으로서의 돈은 자리나 이권으로 형태가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다. 보상으로서의 자리의 경우, 그것은 종종 정당화되기도 하는 이른바 '코드인사'라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둘째, 이들의 곽노현 구하기가 역으로 상대 쪽인 '박명기 죽이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박명기 죽이기는 야권단일화가 야합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상대 쪽에서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거절했다'고 곽노현,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주장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 주장은 '우리 쪽은 깨끗하다, 상대 쪽이 더럽다'는 주장이다. 이 느닷없이 등장한 '도덕적 우월성'(?)의 과시는 건네진 돈이 '선의의 돈'이라는 곽노현의 주장과 완전히 상통한다. 그래서 결국은 박명기 죽이기다. 이렇게 결과된 야권단일화가 결국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그래서 가능하다.

더욱이 야권단일화의 일방인 상대 쪽을 죽이는 방식의 곽노현 구하기는 정치적으로 '야권단일화의 분열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정치적 분열은 오히려 곽노현을 둘러싼 의혹을 푸는 '사실 강화'에 더 많은 재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곽노현에 대한 의혹을 더욱 강화해줄 수밖에 없다.

셋째, 야권단일화는 아무런 정치적 실체도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이유, 즉 돈이 말해지고 야합에 불과한 야권단일화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들은 결코 우연이, 우연한 사고 같은 것이 아닐 것이다. 야권단일화가 정치적 정당성을 통해 어떤 정치적 실체를 확보한 것이라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단일화가 아무런 정치적 실체도 없다는 것, 정치적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새삼 주목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야권단일화에 대해 숙고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야권단일화가 야당과 진보진영의 '전가의 보도'로서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앞으로도 그것이 야당, 진보진영의 유력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까. 

야권단일화를 통해 시민단체들이 진보 또는 반보수라는 명분을 내걸고 권력에 가담해왔다는 사실도 시민들은 알고 있다. 지역적인 사례로서 성남에서 일어난 일, 이재명 시장후보 단일화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시민운동 또는 진보라는 것은 결국은 유사권력적인 장치로서 구실하는 것이 아닌가.

곽노현 사태에 대해 곽노현, 야당, 진보진영은 여전히 단지 여당, 검찰, 보수진영에 대한 대항이라는 틀에서만 움직인다. 바꿔 말하면 이들 눈에는 전혀 시민들이 들어 있지 않다. 시민들은 봉이라는 것인가. 이미 야권단일화가 정치적 환상이 아니냐는 심각하고 본질적인 의심을 시민들이 품고 있는 데도 말이다.

이런 의심을 하는 시민들 앞에 바로 9월 2일 이런 보도가 찾아들었다. "지난 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곽노현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이모 씨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측과 단일화 당시 양측 실무진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연합뉴스)